심호흡이 필요하다 (심호흡이 필요해 2004, 深呼吸の必要, Shinkokyu no hitsuyo, Breathe In Breathe Out)

오키나와의 사탕수수 밭, 자신의 삶에서 조금은 떨어져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필요한 청춘들이 은둔을 겸한 외유를 위해 모여든다.
늦봄에서 여름까지 사탕수수밭에서 사탕수수를 거두는 노동에 참여하는 것.
과한 노동은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할 수 있다는 삶의 철학이 영화의 주된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소아과를 신청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생명을 잃는 아이들에 대한 괴로움을 안고 있는 의사,
아버지에게 허락받지 못한 아이를 임신한 간호사, 지지리 실력이 없다고 스스로를 단죄해 버린 야구선수,
너무 어린 나이에 삶을 접어버릴 생각을 했던 소녀...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찾고자 하는
많은 청춘들이 낯선 오키나와의 섬으로 모여든다.





처음엔 노동이라는 것을 감당할 수도 없을 만큼 나약한 육체와 정신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서로에게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삶 자체에 여유를 가지게 되면서 사탕수수를 베는 기술이 늘 듯...
이들 사이엔 협동심과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긴다. 본인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
모든 인생에는 심호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한 어조로 나즈막하게 알려주는 것 같다.





너무 더워서 피하고 싶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생소해서 또 불편했던 이들에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친밀감 만큼이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밭에 있는 사탕수수를 다 캐겠다는 의지도 커지고...
한동안 스스로를 원망하고 미워했던 마음에는 자연스러운 치유가 일어난다.
물론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이들의 과다한 노동이 주는 미학은 실제 과한 노동을 통해서 삶에 대한 애착을 느껴 본 이들에겐 실로 이해하기 쉬운 설정이다.
몸이 너무 힘이 들 때는 그저 내 몸에 휴식을 주고 싶다는 목적만이 생기고, 그런 원초적인 자기애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치유까지 가능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배부른 자들의 잠깐의 외유하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과정조차 없는 이들의 청춘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획일 적인가!
낯선 자기의 삶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는 것..그것이야 말로 청춘이 가진 가장 값진 키가 아닐까.
그 청춘엔 미처 모르는 인생의 묘미를 영화는 숨기듯 숨기지 않듯 보여준다.





<참고사항>
시노하라 테츠오 감독이 다음 세대를 노리는 유망한 젊은 배우 7명을 모아서 만든 마음이 따뜻해 지는 청춘드라마.


본작품으로 데뷰하여 시노하라 감독의 차기작인 <천국의 책방>에도 출연하는 가오리 리나의 매력과 <아즈미>에서 열연한 나리미야 등의 연기가 눈에 띈다.
도회지로부터 온 유약한 젊은이들이 오키나와의 대자연과 섬 사람들의 온정을 만나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